최희정의 <decrescendo ; 점점 작게, 점점 여리게>展 전시장면

 


  
전공은 도자지만, 지금은 도자를 만들지는 않는다. 손으로 만드는 공예를 기본으로 시작했으나, 늘 미술과 공예의 경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현재는 도자를 사용하지 않고 지금은 실을 이용하거나 그림을 그리면서 작업을 하고 있다. 실상 미술계에서 공예의 위치가 소수와 가깝다보니 고민들이 생기더라. 물론 이번 작업에서는 딱히 그런 건 없다. 편하게 접근을 할 수 있는 드로잉을 좀 많이 하는 편이다. 내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부산의 공장이 많고 좀 오래된 지역을 드로잉으로 담아내게 됐다. 이 곳은 오래된 동네이며, 개발이 별로 되지 않은 곳이다. 오래된 공간에서 사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작품을 만들었다. 재미있는 점은, 오래된 건물과 그 곳에 오래 산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공간과 사람이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이 오래된 곳에 나이가 드신 분들이 살고 있다. 계단과 언덕이 많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에서 생활하는 것이 상당히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그 곳에 거주하는 할머니들을 관찰하면, 유모차나 휠체어를 타고 다니거나 아님 장을 보시고 카트를 끄며 돌아다닌다. 그걸 보며 우리에게 익숙한 계단이라는 게 누군가에게는 힘든 길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그림을 그리다 보니 입체로 구현하는 것이 시각적으로 재밌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로잉을 보면, 세 개의 문이 있지만 연달아 있는 계단의 경우 오르기 어려운 느낌이 든다. 그 문과 계단 앞에 유모차가 마치 차처럼 주차되어 있다. 유모차는 평지에서 이끌어줄 수 있지만 계단에서는 함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모차뿐만 아니다. 지팡이 역시 실로 엮어 벽면에 설치하였다. 관찰자 시점에서 계단에 오르지 못하는 이들의 도구들을 표현한 셈이다. 유모차,지팡이, 벽면의 설치 작업에 쓰인 실은 촉각적인 것을 이용한 작업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만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나. 게다가 그들이 좋아하는 원색적인 색감이라면 더욱 그들을 대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Q.계단을 목탄으로 드로잉한 종이로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

계단에 이용한 종이는 벽면에 설치한 드로잉과 같은 재질이다. 드로잉을 반복하다보니, 이것을 입체로 만드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입체로서 구현하다보니, 그 까칠까칠한 느낌의 목탄과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의 시작은 가볍고 접근성이 좋은 종이가 편해서였다.

Q.벽면을 타고 올라가는 빽빽한 계단의 느낌이 위태로운 느낌을 자아내기 위한 수단인 줄 알았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만들다보니 그런 느낌이 만들어지더라. 위태로운 느낌의 계단이 쌓아질수록 이 재료가 더욱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Q.작업의 계기가 궁금하다.

작업의 계기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같이 마주보고 앉아 식사를 하던 때에 우리가 언젠가 사고로 죽거나 하지 않는 이상 나도 언젠가 노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삶은 언젠가 나의 것이 될 것이다. 언제까지고 거부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전시장 작품은 만져서는 안 되지만, 굉장히 만지고 싶게 만들었다. 실로 엮어 복슬복슬하고 편안한 작품을 만들었다. 노인을 상징하는 것은 비단 소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빨간 색의 강렬함 역시, 노인들이 좋아하는 눈에 띄는 색이다. 지팡이나 유모차의 소재 역시 명백히 노인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래서 형태만 남기고 기능을 삭제하여 실로 엮어 표현했다. ‘뜨개질의 방식 역시, 노인을 상징하는 것이다. 할머니들이 자리에 앉아 끊임없이 수세미를 만들지 않는가.

Q.전시 제목 데크라센도의 방향성에 대해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보통 데크라센도는 수평적인 음악이 흐를 때의 느낌이 드는데, 작가의 작업 세계를 듣고 작품을 보니 조금 더 수직적인 느낌이 든다. 예를들면, 힘이 빠지고 편안해지는 그런 느낌. 그렇다면, 데크라센도의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데크라센도는 점점 작게라는 음악용어다. 노인들은 귀가 잘 안들리니까 목소리가 커지고 점점 크게 말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작아진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거기서 착안한 전시 제목이다.

Q.색을 빨간색검은색을 쓰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작가는 이전에 여성에 대한 삶을 그려내지 않았나. 나는 이것이 그에 대한 설명인 줄 알았다.

목탄을 선택한 이유는, 색때문은 아니었다. 거칠거칠한 질감을 표현하기 위한 것 이었다. 빨간 실을 선택한 것은 빨간 색이 가지고 있는 강렬한 느낌 때문이었다. 그것이 살아있는 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는 색이 없이 작업을 했었기 때문에 더욱 살아있는 색을 원했다. 물론, 작품을 만들면서 이전 작품을 만들던 무의식이 반영됐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