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순의
<행궁동,마지막소풍>

일시 ; 2015, 10, 23, 금 - 11, 5, 목

장소 ; 대안공간 눈 1전시실

작가와의 만남 : 2015. 10. 24 (토) pm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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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노트

행궁동, 마지막 소풍

행궁동은 수원화성행궁을 중심으로 12개의 법정동이 모인 곳으로 다양한 사회문화적 특성이 서려 있는 곳이다.
큰길을 중심으로 실핏줄처럼 뻗어있는 그 꼬불한 행궁동 골목길들을 처음 알게 된 건 행궁동에 밀집해 있는 많은 점집에 주목하여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현실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심리를 다룬 2013년 6월 기획전‘행궁동을 보다展’을 하면서였다.

호기심으로 이 골목 저 골목 헤메고 다니던 나는 오랜 시간 저마다의 기억을 담고 있는 낡고 허름한 건물들 사이에 조만간 역사 속으로 사라질 ‘북수동 274-7번지’에 주목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모두 떠난 그 곳에서 만난 세 할머니!
그네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과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2013년 5월부터 2014년 11월까지 약 1년 6개월 동안 작업을 하게 되었다.
할머니들은 처음에는 늙은이 찍어서 뭐하냐고 손사래를 치셨지만, 어느새 개인적인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나누며 갈 때마다 끼니는 챙겼냐며 따뜻함과 정겨움으로 맞아 주시곤 하였다.

홍점순(91세)할머니는, 54세 때 할아버지와 사별하고 3남 2녀를 결혼시킨 후 홀로16년 동안 지내시다가 근처 창문이 있는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하셨다.
박카스와 담배, 꽃을 좋아하시고, 늘 단정히 머리를 빗어 넘겨 91세여도 고운 여자이고 싶어하시던 할머니셨다.

박영숙(89세)할머니는, 풍이 온 남편을 25년 동안 병수발을 하셨고, 2남 2녀중 1남 1녀를 앞서 보낸 후 장가 안 간 65세 된 아들을 위해서 늘 밥상을 차려놓고 기다리시며 기도하시던 분이셨다. 지난봄 보상받은 돈으로 반지하 집으로 이사하셔서 신혼집처럼 꾸미고 즐겁게 사신다기에 기뻐했는데, 6월에 아드님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에 한동안 멍하니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
할머님이 힘내시고 건강하시길 바랄뿐이다.

원정자(80세)할머니는, 뇌수술을 받아 27년 동안 걷지 못하는 81세의 할아버지를 수발하면서 살아오셨다. 지칠대로 지쳐 본인도 환자셨지만‘내 십자가는 내가 지고 가야하고 그것도 내복이다’라고 숙명으로 받아들이시는 듯 했는데, 고통이 너무 커서인지 지난겨울엔 자살을 기도하셨고 치매증상까지 생겨 나를 몰라보는 바람에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모른다. 반면에 할아버지께서는 병세가 호전되어 보조기에 의지하면서 조금씩 거동을 하셨지만, 이사한 후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할머니께선 의정부로 또 이사를 하셨다. 그 후론 연락이 두절되어 가슴이 아프다. 이제는 웃으면서 살 거라고 하셨는데......

세 할머니들께서 행궁동을 떠나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랐지만 결국 두 분이 하늘나라로 떠나셨고, 아이러니 하게도 그 곳에는 팔달구 노인 복지관이 건립된다고 한다.

집이란 단순히 물리적 저장 공간만은 아니다.
벽에 걸린 거울, 칠 벗겨진 나무 밥상, 오래된 시계, 꽃무늬 벽지, 사진 빼곡한 액자, 도마와 칼.
집이란 낱낱의 물건마다 오래된 이야기 몇 점씩 함께 붙어 숨쉬는 공간이다.
곧 집이 내 삶인 것이다.
그리하여 오래된 집이란, 낡아서 허름한 집이란,
추억이 쌓이고 쌓인 연륜을 의미한다.
실타래처럼 엉켜있는 할머니들의 골목길엔 이야기가 밖으로까지 흘러넘쳐
고추, 파, 열무, 명자꽃, 금낭화, 옥잠화와 함께 화분에서 자라고,
햇살 환한 담벼락엔 꽃보다 붉은 밥상보가 바스락하게 말라가고 있다.
그런 내 집,내 삶에서 밀려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흩어져버린 공간과 이야기들,
그 상실감과 안타까움.
세 분 할머니들의 공간과 그 곳에 서린 이야기들을 피사체에 담는 작업은
보람되면서도 한편으론 가슴 아픈 것이었다.
골목의 가장자리를 맴돌기만 하다가 할머니의 내면을 조금씩 이해하면서
나는 사람의 삶, 나의 삶이란 것을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부분 치매에 걸려 그런 삶의 이야기들을 잃어 가고 계시는 시어머니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것이 나에게는 이 작업의 성과라면 성과라 할 것이다.

이 안 순


행궁동#01 ,박영숙할머니 ,Pigment print, 60×90cm, 2014


행궁동#02 ,홍점순할머니 정원 ,Pigment print, 50×75cm, 2013


행궁동#03 ,홍점순할머니 ,Pigment print, 20×30cm, 2013


행궁동#04 ,원정자할머니 ,Pigment print, 40×60cm, 2014


행궁동#09 ,홍점순할머니 ,Pigment print, 20×30cm, 2014


행궁동#07 ,박영숙할머니 ,Pigment print, 40×60cm, 2013

 작가 경력

 이안순 - 동아대학교 일어일문학과 졸업, 중앙대학교 사진전공 졸업

본 전시는 대안공간 눈에서 기획하였으며, 관람료는 없습니다.
전시는 오후 12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월요일은 휴관입니다.

문의 ; 대안공간 눈(031-244-4519)
442-180 수원시 팔달구 북수동 232-3  3/2
www.spacenoon.co.kr
메일 ;
spacenoo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