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금희의 <모호한 장소>展

                                                                                                                               새싹이음 프로젝트
                                                                                                                                     -박주연 평론가

 

송금희의 <모호한 장소>는 어릴적 친구들과 함께 했던 공사장에서의 신비로운 경험을 상상의 세계로 구현해낸 전시다. 서양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들은 농촌과 도시 중간 도시화가 진행되는 한 공사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획됐다. <미로입구>에서 구멍은 앨리스가 환상의 세계로 떠날 때 지나는 동굴을 은유적으르 표현했다.

환상의 세계에 진입한 엘리스가 만나는 기이한 사건들을 읽은 독자들은 모험심으로 중무장하게 되는데 이번 전시 역시 공사장에 비치된 가설팬스와 콘을 오브제로 설정해 공사장의 모습을 포착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로 가득찬 관람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어린시절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이터에서 흙장난을 하며 보냈던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전시다.

특히 <모호한 장소>는 환상문학을 차용함으로써 내용적으로나 시각적으로 보다 풍성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보다 다양하고 열린 시각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상상의 세계라는 테재 하에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자신이 흘린 눈물방울이 물웅덩이가 되어 나타나듯 앨리스의 기이한 경험들은 어릴적 학교나 집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놀이터에서의 이색적인 경험들을 떠올리게 한다.

친구들과 탐사대를 만들어 공사장 구석구석을 돌며 새로운 장소를 찾아다니던 작가에게 공사장은 매우 이색적이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원작과 다른점이 있다면 보다 절제된 감정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루이스케럴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기이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성세대를 비판 하려 했다면 송금희의 작품은 색채적으로나 구도적으로 상당히 안정적이고 편안한 인상을 심어준다.

작가는 공간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의 정의내림에 대해 깊이 고민한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새로운 상가나 건물이 들어서는 동네의 모습에 어릴 적 친구들을 잃는 것과 같이 슬픈 시간들이었다. 새로운 문물과 문화가 들어서는 수원 변두리 어느 지역의 변화에 익숙해질 뿐 연속된 재계발적 상황들에 대해 아무런 대처도 할 수 없었다.

편의점과 커피숍 등 새로운 문물의 등장과 함께 이러한 부정적 감정들은 점차 모호해져 가고 상실로 인한 허무함만 남는다. 공간의 변화를 바라보며 작가는 지역의 작가로 성장했지만 가슴 한켠에는 사라져가는 장소들에 대한 기억과 인상들에 감정적으로 집착했던 스스로를 반성한다. 사라짐과 재탄생에 대해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는 시도가 필요할 것임을 깨달은 것. 작가의 감정적 정의내림은 비로소 전시 <모소한 장소>를 통해 명확해진다.

공간에 대한 모호한 감정은 작품의 전체적인 색감으로도 이어진다. 의미를 찾아보면 서양에서 파란색은 가장 나중에 만들어진 색이다. 괴테의 색체론에 따르면 파란색은 하나의 색으로 규정짓기 어려웠기 때문에 모호한 색깔로 규정되었다. 동양과 달리 지금의 파란색이 되기까지 수많은 논쟁과 시간들이 있엇을 터 이번 작품의 주제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송금희의 첫 개인전이기도 한 이번 전시는 공간의 변화에 대한 스스로의 사고와 감정들이 충돌하는 과정 속에서 내면의 성숙과 시민의식을 갖춘 한 위대한 화가로의 첫 출발을 알리는 전시였다. 평범하고 흔하게 여겨지는 장소들을 새로운 시각과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전시다.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김으로써 송금희의 작품이 세대를 넘어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되고 기억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고전이나 신화가 오랜 시간 사람들 사이에서 재해석되고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듯 작가의 작품도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오랫동안 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