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조합, 이송희 작가>

 

                                                                                                                               새싹이음 프로젝트
                                                                                                                                     -박주원 평론가

 

도판 1. <Untitle>, 2016, acrylic and marker on canvas, 112.1 x 162.2 cm.
 

우리의 일상은 기억의 조각이다. 누구의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는지 모르지만 우리의 일상은 모두 누군가와의 이야기나 어떤 사람과의 추억, 그리고 기억과도 같은 생각들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속에 들어가서 남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없으니 우리는 우리들이 기억하고 생각하고 있는 것만을 가지고 이야기를 조합해낸다. 마치 머릿속에 날짜 별 폴더 혹은 기분 별 폴더를 만들어 그 안에 차곡차곡 매일의 파일을 넣어놓는 셈이다. 이처럼 매일 모아진 파일들은 자신의 머릿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시간에 따라 스스로가 만든 기억들은 각기 다른 조합들을 통해 또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어느 날은 기분에 따라, 날씨에 따라, 또 듣는 대상이 누구인지에 따라 우리의 기억은 새롭고 새롭게 조합되는 것이다. 이렇게 기억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논문을 쓰는 과정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나의 개념을 체계화하고 자료를 정리, 조합하면서 스스로의 독창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신과 타인의 이야기는 항상 다를 수밖에 없다. ‘다르고 다른 것만으로도 결과가 달라지는데, 하물며 사람의 머릿속에서 정리되는 일들의 결과가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서로를 오해하고 가까워지지 못한 채, 정리되지 못한 관계를 가지고 끝을 맺어 버린다. 안타깝지만 서로의 기억이 단어 하나까지 동일시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송희 작가는 다른 사람과 대화를 했을 때 서로의 기억이 다른 지점, 그리고 기억이 서로의 생각 속에서 조합되었다는 점을 작품에 표현하였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의 기억이 다르면 단순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거나 자신이 옳고 타인의 기억이 틀렸음을 지적하는데, 작가는 개개인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기억의 조각들이 달랐음을 인지하고 작품을 시작하였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작품에는 모든 것이 분할되어 있고, 모아져있다. 그래픽 적으로 꽉 찬 화면 내에서 우리는 작가의 기억을 엿본다. 그러나 그것을 보는 우리는 작가가 아니기에 무엇을 나타내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어쩌면 우리의 기억도 작가의 작품처럼 조각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만 다가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