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비늘로 집을 짓다!
유목민; 소갈머리전

                                                                                                                              김소라(기자)
 

전시실에 들어선 순간 우와라는 탄성이 나온다. 신발을 벗고 들어간 바닥은 부드러운 흰색 천이 깔려 있고, 은빛 금빛이 모아진 텐트와 같은 집은 보기만 해도 환상적이다. 가까이에서 보니 천을 이어 붙인 듯한데 이 작품의 소재는 놀랍다. 한 땀 한 땀 장인 정신으로 만들어진 작품의 소재는 바로 멸치비늘이다. 멸치 비늘을 벗겨 조각조각 이어 붙여 천을 제작한 다음 작품을 만든다. ‘유목민 ; 소갈머리 전을 전시하고 있는 김상미 작가의 작품이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하찮은 존재. 작디 작은 멸치 비늘의 허물을 벗겨내어 천을 만들어냅니다. 이어 붙여 바느질을 해나가는 과정입니다. 죽은 생명의 허물에 다시금 온기를 불어 넣는 기분이랄까요!”

이렇게 작가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쓸모 없고, 버려지는 무언가로 작품을 만들 때 즐거움을 느낀다고 한다. 현재 중학교 자유학기제 수업에서도 리사이클 아트를 가르치고 있다. 김상미 작가를 대안공간 눈의 <유목밀:소갈머리 전>에서 만났다. 왜 전시 제목이 유목민일까. 우리 모두는 떠돌면서 살아간다. 유목민의 피가 흐른다고나 할까. 죽고 사는 것도 이동이고, 결혼하여 터전을 옮기는 것도 이동이다.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이동하고, 예술가는 전시를 위해 공간을 이동한다. 태어나고 죽는 것도 삶에서 죽음으로의 이동이다. 끊임없이 이동하고, 변화하는 것이 인간이다. 한 곳에서 평생 머물러 사는 사람은 거의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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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전 대안공간 눈의 전시에서도 만난 바 있는 김상미 작가는 수원문화재단의 지원을 통해 전시를 열 수 있었다고 한다. 대안공간 눈의 이윤숙 대표는 또한 대학 선배이시기도 하다. 자작나무로 대를 만들고, 멸치비늘과 밴댕이 비늘로 천을 만든 것을 이어 붙여 텐트 형태의 집을 만들어 놓았다. 자신만의 집을 지은 셈이다.

제가 처음 집 같아요. 집을 짓는 것은 본능 같아요. 독립하는 것 같기도 하죠. 멸치와 밴댕이로 만든 집이에요. 이곳에 들어가보셔도 되요. 생물의 안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죠. 누군가의 마음 속에 들어가 그 사람을 들여다보는 상상을 해보세요.”

재밌고 기발한 상상이다. 밴댕이 말린 것도 멸치처럼 육수를 낼 때 사용한다. 밴댕이 말린 것을 디포리라고 부른다. 그런데 우리가 속좁은 사람을 밴댕이 소갈머리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서 남해안에서 잡히는 물고기인데, 다 자라도 손바닥크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마음을 좁게 쓰는 사람을 밴댕이 소갈딱지라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작가는 소갈머리 같은 사람도 그 머릿속을 들여다보려고 이해하다 보면 조금은 알게 되지 않겠냐고 말한다. 소갈머리 같은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듯이 이곳 집안에 앉아서 그 마음을 느껴보라고 한다. 과연 나의 속 마음은 또 어떨까 궁금해진다.
하찮게 버려지는 존재가 다시금 숨을 불어 넣어 새로운 생명, 작품이 되었다. 김상미 작가의 작업은 매우 느리다. 손바닥만한 천 한 장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하루종일 이어 붙이고, 마른 다음 또 멸치비늘을 붙여 틈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길고 지루하기만 하다. 작품을 만들며 어릴 때 구슬꿰기를 부업으로 했던 어머니가 떠올랐다고 한다. 가내수공업의 형태로 일하셨던 어머니의 작업이 김상미 작가의 멸치, 밴댕이 천으로 승화한 것은 아닐까. 누구나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다. 보이지 않는 내면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작가 역시 미술을 시작하게 된 우연한 계기를 이야기한다.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 미술을 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벼룩신문에서 우연히 본 조소라는 단어에 매료되어 배우고 싶었다고 한다. 학원비 밖에 되지 않는 수업료로 비싼 예술가의 수업을 거의 거저로 받았고 결국 성신여자대학교 조소과에 입학했다. 사람과의 만남을 그래서 소중히 여긴다. 모든 사람은 바로 보이지 않는 가능성이 있다.
김상미 작가는 현재 수원 영통에 거주한다. 앞으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해 보고 싶다고 한다. 그림책을 만드는 꿈도 있고, 멸치비늘천으로 만든 작은 소품이나 장신구도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예술가는 이처럼 누구도 생각지도 못한 소재로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연결지어 창조를 해 나가는 사람 아닐까. 먹는 것을 소재로 조형물을 만들어 끊임없이 변용되고, 재탄생하는 과정은 신비롭기만 하다. 앞으로 김상미 작가는 자신이 만든 멸치 비늘 천으로 옷이나 장식구, 소품 등을 만들어 볼 예정이다. 검푸른 넓은 바다를 헤엄치다가 고깃배의 어부에게 잡혀서 햇빛에 말려진 멸치. 이제는 김상미 작가의 손을 거치면서 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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