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원 <sum ; 숨>展

                                                                                                                               새싹이음 프로젝트
                                                                                                                                     -목명균 평론가

 

정성원의 <SUM;>에서 중심은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고민에서부터 시작된다. 관에 갇힌 채 고통을 느끼는 인물의 모습은 인간의 근원적 감정인 불안을 표현한 것이다. 불안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 작가는 죽음 앞에 놓인 인간이 삶에 대해 보이는 애착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림은 적막한 어둠이 깔린 어둠 속 한 가닥의 희망이라도 잡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물의 모습으로 묘사되고 죽음 앞에서 그 누구도 초연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실제 10대의 마지막 문턱에 선 소년이 다가오는 20대를 바라보며 느끼는 희망과 두려움에서 시작된다. 실제로작가는 자퇴를 결심한 후 또래 친구들과 같은 미래를 바라볼 수 없단 이유로 우울증을 겪고 있던 터다. 이것이 작품 전반의 감정선을 이루게 되는데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느끼던 안정감에 대한 애착은 <SUM;> 속 삶에 애착을 보이는 인물로 비유되고 결과적으로는 작가의 불안을 고조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숨은 곧 호흡이다. 숨은 죽음을 앞둔 한 인간의 호흡일 수도 있고 미래에 지구에 남게 될 인류의 마지막 호흡일 수도 있다. 길고 긴 우주의 역사 앞에서 인류의 생도 언젠가 막을 내릴 것을 예견하며 작가는 인간도 결국 우주 앞에 미미한 존재일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이는 생에 대한 애착에서부터 시작된 불안이라는 감정이 개인의 차원을 넘어 보다 보편적 감정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가는 이러한 깊은 고민을 통해 자신도 결국은 마지막 숨을 거두게 될 거라는 사실에 암담함을 느낀다. <SUM;>은 죽음 앞에놓은 인간의 불안을 표현하기 위한 일종의 도구로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인간이 느끼는 가장 원초적인 감정이다.

<어지럼증>은 불안이라는 감정을 보다 역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자신의 현재 모습을 견디다 못해 직접 가면을 제작해 그 누구도 찾아내지 못하도록 숨으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자신을 알아봐 주길 바라는 아이러니한 심리 상태가 표현됐다.

<SUM;>과비교해 보자면 <어지럼증>가면이라는 특정한 소재를 이용해 조금 더 구체성을 띄고 있다는 점이다. 가면 뒤 반쯤 가려진 눈··입을 보면 어딘가 모르게 애잔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관객들은 가면 뒤에 숨어있는 작가가 불안 속에 갇혀 영원히 나오지 못할 것임을 알게 됐을 때 그런 감정을 더욱 역력히 받게 된다. 누군가에 의해 구제될 수 없다면 스스로를 구제해야만 하는 작가의 예술가로서의 운명이 드러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통속적으로 평가되며 미학의 범주에서 배제됐던 ''라는 주제를 미학의 새로운 인식의 대상으로 올려 놓은 움베르토 에코의 시도처럼 <어지럼증>도 현대미술에 있어 새로운 시각적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작품을 살펴보자. 일정하지 않은 나뭇가지들과 가면위에 덕지덕지 붙은 점토들을 통해 작가의 불안이라는 감정이 고조되는 듯 보인다. 석고로 얼굴 모형을 뜬 다음 뺄 때 형성된 조각을 모아 가면을 만들고 여기에 나무와 작품 아래 두상을 받쳐주는 합판, , 봉 등은 버려진 것들을 모아 작품의 요소로 사용했다. 이런 작업은 오래되고 낡은 사물을 모아 새로운 자리를 찾게 되는 육화 정신의 투영으로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버려진 것이 죽음을 의미하지만 작품 안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었다. 흔히 우리가 예술작품을 통해 기대하는 아름다움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과 달리 <어지럼증>은 독특한 재료선택 방식을 통해 보다 극적인 느낌을 강조한다.

한편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은 이제 <Diego on my Mind>(내 마음속의 디에고 리베라)에서 일치된(동일시) 사랑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사랑의 본질을 상대에 대한 동일시로 바라본다. 디에고를 동경하는 프리다의 모습이 그의 형상을 이마에 새기는 모습으로 묘사되면서 둘의 사랑에 영원성이 부여되듯 작가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작품을 보면 흰색 천과 검은색 끈으로 둘둘 말려있는 시체를 중심으로 주변에 검은색의 구불구불한 선들이 진을 친다. 선은 뱀의 은유적 표현으로서 고대 이집트 문명에서 신성시 되었던 존재인데 신화 속 뱀은 인간으로 변하는 능력을 지니고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삼키는 무서운 모습을 보인다. 뱀의 이러한 행위는 자신의 비밀스러운 부분을 알고 있는 상대와 하나가 돼 영원히 함께하고자 함이다. <Diego on my Mind>는 프리다의 작품에 대한 오마주적 성격으로서 작가는 뱀의 이러한 신화적 요소를 통해 사랑의 대상을 소유할 수 없음에 대한 분노로 표출하고 있다. 즉 깊은 사랑에 대한 상처가 극에 달해 증오로 변화되면서 결국 상대를 파괴하기에 이른다.

작품을 모두 관람한 사람들은 작가가 그렇듯 스스로에게도 질문해보게 된다.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며 살아야 할지 말이다. 삶을 사는 동안 계속 안고 가야 하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답을 얻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러한 질문들은 바쁜 현실을 사는 사람들에게 너무 무겁고 당장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장기에 놓인 청소년들에게는 한 번쯤은 던져봐야 할 질문이고 어른들에게는 지나온 자신의 인생을 점검해볼 기회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