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숙 <공유공간 NEON WATER>展

                                                                                                                               새싹이음 프로젝트
                                                                                                                                     -이인복 평론가

 

환경이 생각을 만든다. 특히 작가에게 환경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자신이 속한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환경 속에서 끝없이 소재를 찾아내고 자신을 반영하여 주제를 드러낸다. 그렇기에 작가가 어떠한 사회 속에 노출되어 있으며, 무엇을 탐색하고 있는가에 대해 질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질문해보자. ‘도시란 무엇인가? 지금 내가 있는 이 공간은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 도시에 살면서, 이 같은 질문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도시 내에서 꾸준히 생산되고 있는 공간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 지금까지 도시의 재개발이나, 재생과정에 우리는 개입할 수 없었다. 공간이 생성되고 소멸되는 과정에 우리는 주체적으로 참여가 불가능했다. 도시가 끊임없이 스스로를 변모시켰지만 동시에 그것이 가진 고유의 색은 점차 탈색되었다. 자기가 사는 동네를 애호하는 주민은 늘어났지만 그것은 동네가 가진 물질적 가치가 만들어낸 애정에 불과했다. 프랑스의 철학자 르페브르는 공간은 시간이 흐를수록 육체에 대한 소외를 진전시켜 나간다고 보았다. 속도의 기술로 무장한 지금의 공간에서 물질적 가치를 배제한 인간에 대한 공간 배려를 기대하기는 분명 어려울 것이다.

작가 이지숙은 반전의 방식을 통해 공간을 탈색시킨다. 영상과 사진을 반전시키면 보이지 않던 세계가 드러나는 것일까. 작가가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반전 이미지는 우리가 알고 있던 세계를 역전시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네거티브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와 영상은 시선 붙잡을 수 있는 강렬한 인상도, 극적인 요소도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무채색의 이미지 속에 등장하는 텅 빈 풍경들, 그 속에서 비닐만이 네온 빛깔을 발산하며 천연덕스럽게 이미지를 누빈다.

탈색된 공간의 이미지는 결국 공간의 상실을 의미한다. 공간의 상실은 결국 기억의 상실의 다른 이름이기도 한다. 기억의 상실은 생물학적 관점에서 나이듦의 표식일 뿐 아니라 존재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망각이자 존재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들의 상실이기도 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탈색된 공간은 일상 속에서 끝없이 반복되는 상실의 삶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작가는 개인이 자신의 공간을 더듬어보면서 지금 현재를 사는 우리가 어떻게 공유 공간을 유지할 것인가, 상실의 공간에 개인의 자리를 어떻게 마련하고 유지하면서 함께 살 것인가에 관심을 기울인다.

작가는 무채색의 풍경 속에 이질적인 색상의 물체를 채우는 행위를 희미해지는 개인의 기억을 공간에 새긴다. 작가는 재개발 지역의 이미지를 두 가지의 시각으로 제시한다. 네거티브를 통한 재개발 지역과 그렇지 않는 풍경. 재개발 지역에 남겨져 있는 네온 비닐은 네거티브 과정으로 찍는다 해도 그것의 색이 변하지 않는다. 변색되지 않는 비닐로 인해 그것이 공간에 존재했던 기억이 다소간 아니 꽤 깊게 박혀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Neon Water Eungam-dong>, <Neon Water Nokbun-dong>의 작업에는 네온 비닐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는 빠르게 소진되는 공간에 개인의 기억 역시 폐기 처분의 방식으로 소진됨을 의미한다. 작가가 작가 노트에서 언급한 ‘온전하지 못한 도시의 순환’이란 결국 개발에 대한 사회적 요청이 그저 얼굴만 바꾼 같은 세계가 아닌 개인의 일상적 기억 역시 폐기되는 현상을 은유한다.

시간을 머금은 것들은 자본화의 흐름에 던져진 한국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것들이다. 오래됨이나 낡음은 창피하거나 부끄러운 것들로 여겨진다. 그렇기에 공간은 매번 갱신되어야 할 존재로 인식된다. 하지만 공간은 매일 매일 과거를 지우며 새로운 의미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다. 켜켜이 쌓인 존재들의 삶이 꽤 깊이 연루되어 있는 것이 공간이다. 르페브르는 “도시는 제품이 아니라 작품이다”라는 어록을 남겼다. 이는 도시라는 공간을 단순히 유행에 민감한 생산품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에 대해 저항하면서 그것에 반영된 일상적 삶을 쉽게 폐기할 수 없다는 의미의 측면에서 귀담아 들을 만하다. 이지숙 역시 Neon 시리즈 역시 일상적 공간과 기억의 의미를 환기하면서 그것에 대한 재고를 요청하고 있다 해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