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을 위한 경험, 기반을 위한 기반
-2015 PROJECT ZEBRA

                                                                                               정해련(경기대, 미술경영학과 졸)
 

대학생과 일반인을 위한 아트페어라는 이 행사는 올해로 2년째를 맞이하며 여전히 이것이 대학생 작가 지망생들에게 좋은 경험의 장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전제한다. 작가에게는 판매의 경험을 일반인에게는 구매의 경험을. 일견 간단해 보이나 명백히 아트 페어(Art fair)'의 이름 아래에서 치러지는 이 장이 젊은 예술가 지망생들에게 선사할 수 있는 경험의 요체는 무엇인가.

아트 페어란 미술품 거래를 위해 단기적으로 열리는 물리적인 시장을 의미한다. 이 시장은 예술품 시장의 주체라 할 수 있는 화랑들이 모여 대규모로 미술품을 거래하며 미술 시장의 정상적인 기능을 활성화시키고 판매를 촉진하며 정보를 교환하고 미술 시장을 확장시키는 결과적으로 판매하는 미술품의 자본적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한 시장이다. 때문에 아트페어의 주체는 작품을 생산하는 작가가 아닌 작가의 작품을 중개, 판매하는 화랑이다. 이들은 이 시장에서 거대 수익 구조를 추구하며 또한 자신들이 선택한 예술가와 작품의 시장 가치를 시험하기도 한다. 하여 아트 페어는 예술품을 거래하는 시장을 넘어 한국의 시각 예술의 자본주의적 경향을 판가름하는 냉정한 아트 필드(Art Field)이다.

PROJECT ZEBRA(이하 지브라’)아트페어라는 이름 아래에서 미술품을 거래하는 동안 참여자들로 하여금 이러한 경험을 가능하게 했는가를 회고해본다. 물론 지브라가 기존의 아트 페어와 같은 정치적이고 거대한 행사가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이 행사의 취지는 어디까지나 경험인 바. 작가들은 자신을 구매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안공간 눈과 같은 기반 있는 예술 공간에 80여명 이상의 젊은 예비 작가들이 모이는 발전적인 상황에서 판매 경험 이상의 다른 무언가를 얻어갈 수는 없는가?대안공간 눈에서 지브라의 참여 작가들에게 판매 경험 이외에 제공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2회의 작가와의 만남과 작가와의 만남 후 이뤄지는 참여 작가들의 대담시간과 이 외에 후속적으로 제공하는 특전으로 참여 작가들 중 일부 졸업 후 대안공간 눈의 전시지원프로그램에 선정 될 수 있는 기회를 우선적으로 제공하는 것 등이 있다. 필자는 안타깝게도 참여 작가들의 대담시간에 참여하지 못해 그 시간이 어떤 시간이었는가를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그 시간에 이루어진 긍정적인 소통의 결과들이 있었음을 감안하고, 또한 지브라에서 후속적으로 제공한 혜택의 수혜자들이 분명히 있었음을 감안하고 언급하자면, 필자가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판매 경험 이상의 다른 무언가란 눈에서 제공하는 일방적인 혜택이나 단순한 대화의 시간과는 다른 결의 것임을 미리 밝혀둔다.

본격적인 대안을 제시하기에 앞서 필자가 지브라를 관람하며 인식했던 몇 가지 안타까운 지점들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지브라가 학부생과 그 연령대의 예비 작가를 참여 대상으로 하는 만큼 작업이 아직 미성숙하다는 점이고. 둘째, 그렇기 때문에 작업의 시각적 완성도 뒤편에 있는 작업의 비물리적 요소들이 관객들에게 감흥을 주기 어렵다는 점이다. 작품의 제작 배경과 과정에 어떤 정신적 물리적 노동이 있었는가와 상관없이 결과물의 시각적 만족도만으로 구매의사가 결정되기 쉽다. 작품의 완성도가 높지 않더라도 예술적으로 유의미한 시도가 엿보이는 작품들이 지브라에는 존재하지만 별도의 충분한 정보 제공 없이 그러한 메시지가 일반인들에게 전달되기란 쉽지 않다. 한마디로 예쁜작품 위주로 팔리기 쉽다는 말이다.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선 구매자들의 구매가 시각적 만족도에 편중되지 않도록 작가와 작품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전달되고 작가가 스스로 자신의 작업을 구매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할 만한 수단이 마련되어야 한다. 더불어 예쁘고 감각적인 것만이 미술품의 척도가 아님을 인식시킬만한 적극적인 기획 역시 필요하다.(이것은 미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일반 시민들을 판매 대상으로 하는 행사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이유로 이 전시가 어쩔 수 없이 예비 작가의 슬픈 현실을 비춘다는 작년의 지브라에 대한 이현(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씨의 언사가 올해에도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경험을 준다는 미명 하에 오히려 그들에게 어설픈 희망이나 비극을 주고 끝나는 것은 아닌지.” 지브라 프로젝트가 다음을 염두에 두고 있는 행사라면 신중히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그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냉혹함을 대체할 만한 다른 유형의 긍정적인 경험과 자양분이 필요하다.

다시 이들의 아트페어라는 이름으로 돌아가 보자. 아트페어가 추구하는 판매 주체들이 모여 미술품을 거래하며 미술 시장의 정상적인 기능을 활성화시키고 판매를 촉진하며 정보를 교환하고 미술 시장을 확장시키는 결과적으로 판매하는 미술품의 자본적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한 시장”. ‘지브라가 왜 이러한 기능을 할 수 없는가. 아트페어가 가지고 있는 사전적, 물리적인 기능에 충실하기는 어렵더라도 참여 작가들이 진출할 아트 필드를 대비한 유사 경험은 가능하지 않을까? 참여한 예비 작가들에게 예술적인 기반이 될 만한 다른 유형의 경험의 창구를 제공하는 기획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여겨진다. 판매 주체들이 모였으니 미술품을 판매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함께 예술적 담론을 이어갈 동료를 만나고 자신의 예술 세계와 타인의 예술 세계를 공유하며 접점과 차이점을 찾아갈 수 있는 계기를 얻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 행사는 80여명 이상의 젊은 예비 작가들이 참여하는 행사로 결코 작지 않은 규모이다. 이러한 젊은 예술인들이 한 번에 모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은 만큼 이들이 보다 적극적인 소통과 담론을 이어갈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이 행사의 또 다른 역할이 되어야 한다. 말 그대로 1회가 아닌 지속 가능한 경험이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대화나 서로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는 얻어지지 않는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상대방의 존재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밀도 있는 시간이 필요하며, 서로의 예술에 대한 적극적인 관람이 필요하고 그러한 경험과 사유의 과정을 또 다른 예술행위로 파생시켜 나갈 만한 자리가 연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른 바 담론의 생성을 위한 경험이다.

잘 만들어진 플랫폼이 있다면 그 안에서 대화하고 그 대화를 기점으로 또 다른 수많은 파생 생산물을 만들어내며 그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그러한 집단적 소통이 아주 일상적인 세대의 작가들이다. 현재의 젊은 세대 작가들은 나 홀로 보다는 다중 접속 상태에서, 상하가 분명한 견고한 조직보단 따로 또 같이가 자유롭게 오고가는 상호 조력 관계에서 보다 의미 있는 예술 활동들을 생산해낸다. 이른바 ‘SNS세대들이 향유하는 지배적인 문화 양상이다. 담론과 소통 안에서 집단 지성을 발휘하기도, 나만의 독창성을 발휘하기도 한다. 젊은 작가들의 작업은 그러한 과정에서 세대론을 획득하고 동세대의 감각을 향유하게 되며 기존의 작업들과 다른 새로운 작업이 된다. 최근 미술계의 뜨거운 현상인 신생공간은 이러한 과정이 청년 미술가들을 미술계 내에서 영향력 있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예이다. ‘지브라의 참여 작가들이 이처럼 지브라를 통해 스스로 그들이 활동할 아트 필드를 구성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면 어떨까.

얼룩말이 일으키는 착시는 모여 있음이 아니라 줄무늬가 모여 있음이다. 단순히 모이는 것이 아니라 모여서 그들만의 줄무늬를 얻어갈 수 있는. ‘지브라가 그런 계기를 선사하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