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뿔의 풍경
- 범진용의 <생각이 말한다>

                                                                                                                                      미술평론가
                                                                                                                                         -김종길

 

 

꿈을 희망의 은유적 표현으로 해석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 범진용의 회화적 언어로 대답할 수 있다면 그것은 아니오!’. 그의 회화는 희망이나 절망 따위가 아니라 깊은 무의식의 세계다. 정신분석학에서 무의식은 꿈, 몸의 통증, 언어라는 세 개의 통로를 통해 표출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범진용의 회화는 꿈이라는 통로로 솟아 오른 이미지들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스스로 작업의 시작점은 무의식을 기록한 꿈 일기라고 밝히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그는 자신의 꿈의 회화가 사회적인 가면, 불안, 나약함, 동정심, 냉정함, 나와 타인의 소통, 외면, 불화 등이 인격화 또는 인격들로 나타나는 것인데, 이들은 내면의 풍경이자 자화상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그는 또한 언어의 측면에서 해석할 수밖에 없는 꿈 일기를 작성하고 있다. 꿈의 서사가 대체로 시공간의 초월적 몽타주들로 구성되듯이 그의 꿈 일기들은 일관성이 없는 사건들로 직조된다. 게다가 꿈의 사건들은 어둡고 두렵고 쫓기는 것들로 가득하다. 꿈의 서사가 회화로 둔갑해 가는 과정은 캔버스에 잉크’, ‘캔버스에 목탄으로 이뤄진다. 펜화로 그려진 <작업실>처럼 꿈은 집요해서 세밀하고, 시공이 열려있어서 불안하고, 마주칠 수 없어서 두렵다. 그가 그 꿈의 공간에서 얼마나 깊게, 자주, 오래, 그리고 두려워했는지는 사물에 대한 극사실적 묘사에서 엿보인다. 그는 마치 사물 하나하나와 빠짐없이 이어져 있는 것처럼 그림을 그렸다. 8미터 30센티미터의 대작 <꿈 일기 드로잉>은 파노라마로 펼쳐진 꿈의 세계를 몽환적 판타지로 재현하고 있다. 물론 그 안에도 공포와 어둠과 혼돈이 가득하지만, 꿈을 인식하는 자아의 실체가 드러나기도 하듯이 숲을 이루는 몸의 대지가 아름답게 등장하기도 한다. 개인전의 주제는 생각이 말한다이다. ‘생각(生角)’은 사슴뿔에서 왔으니, 달리 말하면 사슴뿔이 말하는 무의식의 풍경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