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의 끝,
꽃피는 사막의 계절

- 전병윤의 <무지개의 끝 -Rainbow's End>

                                                                                                                                   미술평론가
                                                                                                                                         -김종길

 

제결혼 가정의 이주 여성들을 그린 정병윤의 회화는 아련하다. 아크릴 채색으로 그렸으나 마치 파스텔이나 콩테로 그린 것처럼 색의 질감이 풍부하다. 그런데 그림들은 마치 안개에 휩싸인 듯 희끄무레하게 뿌옇다. 가까이 있는 여성들과 여성들의 심리적 표상으로 대비시키는 사물들조차도 멀리서 번져온 안개들의 영향을 받는다. 김승옥이 196410월 『사상계』에 발표한 단편소설 「무진기행」의 풍경을 엿보는 듯하다. 김미현 이화여대 교수는 김승옥의 무진안개에 대해 안개는 불확정성이나 모호함, 혼란을 상징한다. ‘에게 있어 무진은 휴식과 평온을 가져다주는 모성적인 공간인 동시에 근대로의 편입이 좌절되었음을 알려 주는 소외와 고독, 실패의 공간이기도 하다.”고 했다. 전병윤의 <무지개의 끝-Rainbow's End>展에 출품된 대부분의 작품들은 김승옥의 소설 속 안개의 상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김미현의 문장에서 근대로의 편입한국으로의 편입(또는 남편이 사는 공간으로의 편입)’으로 바꾸기만 하면 될 뿐이다. 작가는 그런 추상적이고 낯선 공간 편입의 불확정성, 모호함, 혼란을 극대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지나칠 정도로 한국적인 토속적 향토 공간을 삽입시켰다. 예컨대 <겨울 빛>의 경우 어린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여성의 공간은 폐사지(廢寺址)에 가까운 허름한 절이다. 연화좌대가 뒹굴고 일주문은 기둥만 남고 사라졌다. 편입이 좌절되었을 때 얻게 되는 소외, 고독, 실패의 여성의 심리적 상태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의 회화가 좌절로 점철되는 상징만 그리는 것은 아니다. <겨울 빛>의 풍경에서 그 희망은 희뿌옇게 드러나는 미륵불에서 찾아진다. <먼동><겨울 빛>과 흡사하다. 화면 우측, 아이를 등에 업고 서 있는 여성의 공간은 우리가 흔히 성황당(城隍堂)이라 부르는 서낭당이다. 그런데 단지 그런 구도로만 그림이 짜여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그림들에는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작은 오브제들이 떠다닌다. 여성의 삶의 현실을 은유하는 나뒹구는 슬리퍼, 소주병, 목도리, 작은 화분, 장난감, 나뭇가지,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