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공간 봄 3전시실
전시장면 보기

박수련 | Park, Soo-ryun(Julia Park)   작가 프로필 상세보기

혼합우연성 Aleatorik Painting


2018.03.08(Thu) - 03.21(Wed)

Artist talk : 2018.03.10(Sat) 4pm


<No.38>, Asian ink and Acrylic on canvas, 90.9x60.6cm. 2018

전시서문
필연적 우연의 향연 / 이재언(미술평론가)

  ABC 같은 얘기지만 풍부한 감정과 상상력이야말로 예술가에게 있어 창작에 없어서는 안 될 동력이라 할 수 있다. 자잘한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고 직관과 감각을 앞세워 심미적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작가에게 매우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우리 삶에 있어 열정적 비트 혹은 생동적 에너지이자 영원히 멈추지 않는 물줄기이며, 뜨거운 입김을 뿜어내는 날숨과 같은 것이다. 삶에서의 감정이 이러할진대, 예술작품에 있어서는 더 말할 나위 없다. 작가의 감정과 수용자 감정 간의 공명이야말로 예술을 예술답게 하는 본질이다.

  작가 박수련의 화폭이 그렇다. 기운이 생동하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갖가지 감정들이 용솟음치고 있는 것이 일견 파악한 작가의 작품세계이다. 재현적 대상이 감추어졌다거나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추상적이고, 내면 혹은 무의식의 충동과 에너지를 표출시킨다는 점에서 표현적인, 요컨대 추상표현의 범주에 있다. 작가는 한동안 주로 꽃을 소재로 하여 서법(書法)을 연상시키는 강렬하고 리드믹한 필치의 그림을 그렸다. 어떻게 보면 무언가를 그리려 했다기보다는 필치들의 자율성에 의해 꽃이 되어가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러한 작가의 화면은 일견 생경한 면이 없지 않다. 서법적 필치야 익히 우리에게 친숙한 것이지만, 작가 화면의 배색은 일정한 패턴이나 코드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렬하고 변화무쌍하다. 희열, 슬픔, 사랑, 고독, 희망, 좌절, 환희, 설렘 등의 다양한 감정의 진폭만큼이나 배색도 다채로운 것이다.  

  작가의 근작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주제는 ‘미션’이다. 이에 근거하여 볼 때, 작가에게 회화는 초자연적 세계를 투영해내고자 하거나, 혹은 절대적 존재와 도달하고 상통하고자 하는 신령한 통로 혹은 매개로까지 간주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분히 비의적이고 몽환적인 판타지 같은 것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는데, 화면 전역에 걸쳐 번짐 효과를 보이면서 유현한 묵시록적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어떤 화면에서는 서서히 그리고 은밀히 번져가고, 또 어떤 화면에서는 폭포수처럼 찰나적으로 쏟아지는 물줄기처럼 연출되기도 한다.  

  이렇듯 작가 화면에서 강조되고 있는 요소가 우연성이다. 작위적이고 기계적인 프로세스가 아니라 우연적으로 혹은 즉흥적으로 화면에 퍼지고 번지고 하는 유동의 흔적이 그림으로 승화되는 것이다. 우연성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은 작가가 피조물의 입장에서 불가해한 영역이나 미지의 실체가 개입하도록 방임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엄밀한 의미에서 우연이라는 것도 상대적 필연일 수 있듯이, 화면상의 우연성 역시 의도되거나 조율된 우연성(aleatoric)이라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왜냐하면 작가는 안료 자체의 물성이 가지는 자율성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작가는 안료의 농도, 캔버스의 흡수력이나 저항까지 염두에 두고 물성의 자율성을 수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작가의 화면에서는 이런 효과를 배경으로 한 데다 또 다른 요소를 조합시켜 ‘혼합우연성’이라 부르고 있다. 이렇게 펼쳐진 몽환적인 발묵의 화면에 전작의 모든 화면을 누빈 필치가 여기서도 다시 등장한다. 마치 화룡점정하듯 일필휘지의 필치가 삽입된다. 흡사 연체동물에 뼈대를 부여하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물론 더러는 기하적인 이질적 요소를 삽입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튼 이전의 필치와 다른 점은 훨씬 정제되고 간결해졌다는 점이다. 바탕에 펼쳐진 모노톤의 발묵 효과는 유동적인 상태로, 어떤 종결이나 완결이 없는 미완의 의미를 띠고 있기도 하다. 바로 그러한 유보의 상태에 강력한 이질적 요소가 삽입됨으로써 긴장과 시너지를 유발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생각해볼 것이 있다. 작가의 화면은 다양한 류의 감정들이 펼쳐지고 증폭되어 그야말로 우연과 직관, 상상력이 지배하는 왕조를 구축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칸트의 명제를 하나 소환해본다. ‘직관 없는 사유는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이 명제에 비추어본다면, 직관과 개념은 적절히 상보적으로 조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범주에 근거한 개념형식이 없는 직관이나 경험은 예술로서 성립되기 쉽지 않다. 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 예술작품은 어느 정도의 딜레마를 피할 수 없다는 것으로 귀착된다. 직관 혹은 감정의 세계는 분명히 개념 혹은 형식의 조화가 요구된다. 이런 점에서 작가의 풍부한 감정분출도 가치 있는 형식으로의 승화라는 과제를 피해갈 수 없다. 다행히 작가는 ‘혼합’ 혹은 ‘조합’이라는 장치를 갖추고 있다. 절제 혹은 결핍도 의미와 가치를 발하는 장치이다. 이것이 내일을 더 기대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시 기획 의도
 우리는 삶에서 우연을 마주한다. 예측 할 수 없는 결과는 늘 우연을 동반한다. 행운, 인연, 악연 등 결과에 따라서 부르는 이름이 다르고 다양한 우연의 산물들은 시간, 공간, 환경과 뒤섞여 세상이 되고 나의 작품은 그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에 관련하여 심미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캔버스는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은유한다. 각기 다른 크기와 질감을 가지고 있지만 일정한 규칙에 따라 정해진 틀 안에서 작품이 그려지는 것처럼 내가 사는 세상도 내가 속한 사회라는 틀 안에서 우연을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내 의지에 의해 만들어지는 시각적 결과들도 그 틀 안에서 생성된 우연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주로 먹과 아크릴을 함께 사용하여 마치 조선시대 수묵화가 현대적으로 변용된 형태로 나타난다.
 내 작품은 일견 전통과 현대,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모호성을 드러내는 형태로 보여 지지만 본질 적으로는 우연성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가운데 얻어지는 부산물이라는 의미를 함유하고 있다.  

 We encounter chance in life. Unpredictable results are always accompanied by chance. Chance has different names such as good luck, karmaand ill-fated relationshipdepending on the results. The various products of chance are mixed with time, space and environment, and become a world. My work is an aesthetic representation of the life that exists in that world.

 The canvas is a metaphor for the world in which I live. The canvas has different sizes and textures, but as the work is drawn in a defined framework according to certain rules, the world in which I live exists with chance within the framework of society.

 The visual results created by my will are also a product of chance created within the framework and appear in the modern form of ink paintings of Joseon Dynasty using mainly Indian ink and acrylic.

 My work, at first glance, seems to reveal the ambiguity of the boundary between tradition and modernity, and figurative and abstract. However, in essence it implies that it is a by-product obtained in constantly raising questions about chance.


No.213, Asian ink and Acrylic on canvas, 162.2x97.0cm, 2018


No.503, Asian ink and Acrylic on canvas, 116.8x72.7cm, 2018


No.905, Asian ink and Acrylic on canvas, 100.0x65.1cm, 2018


본 전시는 대안공간 눈에서 기획하였으며, 관람료는 없습니다.
전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월요일은 휴관입니다.

442-180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서문로 82-6(북수동 232-3) 대안공간 눈
문의 : (031) 246(4)-4519 / spacenoon@hanmail.net